“이메일 한 통을 삭제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이메일을 확인하고, 소셜 미디어를 둘러보며, 유튜브로 세상을 접한다.
이 모든 디지털 활동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지만, 여기에 숨겨진 환경적 비용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마트폰 사용 시,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검색하고, 언론사 서버와 광고 서버 등으로부터 기사나 사진, 동영상 등을 불러들이는 과정 등 와이파이나 LTE 등의 네트워크를 거쳐 최종 연결하려는 데이터 센터까지 서버를 연결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하루동안 스마트폰을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얼마나 될까.
1인당 평균 60MB라고 한다. 1MB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66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며 우리의 디지털 활동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후, 각자의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CONTENTS
1.디지털 탄소 발자국이란?
2.탄소는 어떻게 배출되고 있는걸까?
3.디지털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법
1.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란?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란, ‘개인 또는 기업, 국가 등의 단체가 활동을 하거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온실 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의미한다.
2006년 영국의 과학기술처 POST가 제안해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탄소 발자국으로 표시하게 되었고, 이후 스마트폰, PC, 노트북까지 포함시켜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즉, 우리가 각종 전자기기와 네트워크 통신망을 사용할 때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을 발자국으로 상징화한 것인데, 이는 이산화탄 소 등 온실가스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2. 탄소는 어떻게 배출되고 있는걸까?
원인은 데이터센터에 있다.
데이터센터는 검색, 클라우드, 온라인게임, VOD 등 온라인상의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시설이다.
우리가 영상을 클릭하면 데이터센터에 저장된 자료가 실시간으로 전송돼 재생된다.
넷플릭스와 같은 VOD 스트리밍 사이트는 물론 글로벌 IT 기업부터 국내 통신사와 포털사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이 세계 곳곳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이용한다.
이런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전송하기 위해 24시간 365일 내내 가동되는데, 이 때 대규모 전력을 소비한다.
이런 전력은 데이터를 보관하고 전송하는 과정에도 소비되지만 데이터센터 내 장 비가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는 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 한다.
그린피스는 2020년 세계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을 연간 1조 9,730억KWh로 추산했다. 무려 우리나라 1년 전기 사용량의 4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메일 전송과 동영상 시청 중 더 많은 전력이 소모되는 것은 어느 것일까?
예상했겠지만 동영상 시청이다. 영상 데이터가 인터넷 트래픽의 80%를 차지할 만큼 영상으로 소비되는 데이터 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화질 영상(4K)이 제공되면서 기존의 HD보다 30퍼센트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졌다.
2030년에는 동영상 스트리 밍만으로 전 세계 전력의 최대 4.1퍼센트를 소비할 것이란 예 측도 있다. 에너지 소비가 탄소 배출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셈 이다.
챗GPT 열풍
여기에 챗GPT 열풍으로 인공지능이 급성장하면서 탄소 배출도 덩달아 폭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스탠퍼드대학교의 『인공지능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GPT-3는 훈련 과정에 서 1,287메가와트시의 전기를 소비해 약 502톤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전 세제 사람이 100년간 배출하는 양으로 2020년 기준 한국인이 1인당 배출하는 탄소 양(11.6톤)의 43배에 달한다.
열을 식히는 데 필요한 물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에너지 소비 못지않게 물 소비량이 상당하다. 인공지능 업체의 데이터센터 역시 열을 식히는 데 다량의 물을 사용한다.
실제 GPT-3를 훈련시키는 데 약 70만 리터의 물을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기자동 차 320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과 맞먹는 양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용수는 부식이나 박테리아 번식을 막고 습도 조절을 위해 식수나 재처리 하수 등 깨끗한 담수를 사용 해야 하는데 이는 담수 부족의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
챗GPT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생성형 AI가 더 생긴다 면 앞으로 상황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 율성을 높이고 풍력 및 태양광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3. 디지털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법
다행히도, 디지털 탄소발자국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변화]
각국의 기업들은 디지털 시대의 중심이 되는 데이터센터 운영의 전력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센터의 위치를 옮기는 것이다. 메타는 북극과 가까운 스웨덴 루레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는데, 이는 온도가 낮은 곳에 설치해 자연 냉방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전국에서 평균기온 이 가장 낮은 강원도 춘천의 찬바람을 이용해 데이터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고 있다.
[일상 속 작은 실천]
기업의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개개인의 일상 속 작은 실천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뒤로 하고 아날로그 방식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시대. 작은 실천들이 모여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모니터 밝기 조절
하버드대학교의 로스쿨 에너지 관리자에 따르면 컴퓨터의 모니터 밝기를 30퍼센트 줄이는 것만으로도 사용하는 에너지의 20%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2) 전력 낭비 줄이기
기기 충전이 완료된 후에는 꼭 충전기를 뽑아두고, 사용하지 않는 모니터나 프린터는 전원을 꺼두는 것이 전력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3) 영상 시청 시
영상을 시청할 때,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할 때는 기존의 습관을 바꾸려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트리밍은 미리 다운로드 해두는 습관만으로도 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해상도 낮추기
특히 스마트폰처럼 작은 화면을 통해 스트 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해상도를 낮춰서 보는 것도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5) 전자 폐기물 발생 줄이기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교체 시기가 눈에 띄게 짧아진 요즘, 전자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새로 만드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스마트폰을 10년간 사용하는 것과 같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면 기존의 스마트폰을 수리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의 저자인 타일러 라 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탄소발자국을 줄이자고 이야기를 해주세요. 조직 생활을 하고 있다면 회사 안에서도 얘기해주시고, 학생이라면 학교에서도 이야기를 해주세요.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다 나와 있어요. 이제 행동할 것이냐, 말 것이냐만 결정하면 됩니다.”
우리가 디지털 환경에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활동들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불필요한 이메일 정리, 스트리밍 서비스의 절제된 사용,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기 선택, 전자 제품의 재사용 및 재활용 등은 모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작은 실천이다.
우리의 작은 변화가 모여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지금 바로 디지털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실천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모두가 기후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때,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보호할 수 있다.
[출처 : EBS 지식채널 X 기후시민]